스페인, 영국의 의무격리 국가 지정에 '부글부글'
스페인 정부, 영국 관광객 많이 찾는 발레아르스·카나리제도 우선해제 요구
"영국보다 우리가 코로나19 덜 심각한데…이해할 수 없어"
지난 26일 스페인의 영국인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 마요르카 섬의 한 해변 [로이터=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이 스페인에서 귀국하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2주간 의무격리 조치를 갑자기 시행하자 스페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스페인보다 훨씬 많은 영국이 먼저 '적반하장' 격의 조치를 했다며 분개하는 기류가 강하다.
레예스 마로토 스페인 관광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영국이 스페인의 발레아르스제도와 카나리아제도에서 귀국하는 사람들에 대한 2주 격리를 즉각 폐지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마로토 장관은 "(영국 측과) 주말 내내 이 문제를 협의했다"면서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로 이곳에 다녀가는 사람들에 대한 영국의 의무격리가 해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특히 영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휴양지인 발레아르스제도와 카나리제도가 영국의 의무격리 지역에서 제외되기를 바라고 있다.
영국이 지난 26일을 기해 스페인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게 2주간 의무격리라는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은 스페인의 코로나19 상황이 최근 다시 악화하면서다.
스페인은 한 달 전 코로나19에 따른 전국 봉쇄조치를 해제한 이후 최근 들어 재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전국에서 매일 1천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조치는 너무 갑작스럽고 과도하다는 것이 스페인과 관광·항공업계의 주장이다.
루이스 플라나스 스페인 농무장관은 "관광산업에 필수적인 신뢰와 안정감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영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세계 최대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도 영국의 결정이 "아주 잘못 결정된 과민반응"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영국의 갑작스러운 결정이 보건상의 위험에 비해 과도한 조치라는 성명을 내놨다.
IATA는 영국의 조치는 "소비자 신뢰에 큰 퇴행"이라면서 "일방적으로 결정된 광범위한 의무격리 명령은 해당 국가(스페인)의 일부 지역에서 감염이 늘어나는 것의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이번 조치는 스페인 관광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스페인 외국인 관광객의 20%를 영국인이 차지해 단일 국가 국민으로선 가장 비중이 컸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스페인보다 더 심각한 영국이 '적반하장' 격으로 나왔다는 여론도 있다.
지난 26일 스페인 마요르카섬의 한 해변에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발렌시아의 광역의회 의장 시모 푸이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감염 데이터가 영국보다 나은데도 왜 그들이 이런 광범위한 금지조치를 도입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4만5천752명, 누적 확진자는 29만9천426명이고, 스페인은 사망자 사망 2만8천432명, 누적 확진자 31만9천501명이다.
이날 스페인의 호텔체인인 멜리아호텔과 NH호텔의 주가는 영국 스페인에서 오는 입국자 2주 의무격리 방침 소식에 장이 열리자마자 전 거래일 종가에서 5~6% 급락했다.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