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휴양림 예약 클릭 전쟁…언택트 피서지 인기 '상한가'

충북 휴양림 15개 8월까지 매진 임박…주말·휴일은 만실

밀접접촉 피하고 가격도 저렴…예약 경쟁 평년보다 치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지난 22일 오전 8시 58분. 딱 2분 남았다.
컴퓨터 앞에 선 직장인 A씨는 초조한 얼굴로 자연휴양림 통합예약 사이트인 '숲나들e' 접속 화면과 시계를 번갈아 바라봤다.
옥천 장령산자연휴양림
옥천 장령산자연휴양림
[옥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계의 분침이 '12'를 향하고 드디어 오전 9시가 되자 충북 옥천에 있는 장령산자연휴양림의 예약 메뉴가 열렸다.
그 순간 A씨의 오른쪽 검지는 무서운 속도로 마우스 버튼을 눌러댄다.
잠시 뒤 예약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메시지가 뜨자 A씨는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휴양림 예약이 안 되면 여름휴가는 어디서 보내나 걱정했는데 천만다행"이라며 "아내와 아이 둘을 합쳐 우리 네 식구만 조용히 힐링 휴가를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고 즐거워했다.
숙박시설 예약 하나 한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요즘 자연휴양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언택트) 휴가가 확산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자연휴양림은 말 그대로 핫 플레이스다.
소나무·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 숲이 울창하고,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금천계곡을 끼고 있는 장령산휴양림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난달 21일 문을 닫았다가 한 달 뒤인 이달 20일 운영을 재개했다.
괴산 조령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전경
괴산 조령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전경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22일에는 여름 성수기인 다음 달 24일까지 예약시스템을 개방했다.
오전 9시 예약시스템을 열자마자 8개 동 26개 객실 예약이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금요일과 주말, 휴일은 모두 매진됐고, 평일 역시 90% 이상 예약이 찼다.
다른 휴양림도 빈방 찾기가 쉽지 않다.
충북지역 11개 시·군에는 모두 17곳의 휴양림이 운영된다.
이중 코로나19 관련 생활시설로 이용되는 충주 문성휴양림과 박달재휴양림 2곳을 제외한 9곳이 올여름 피서객을 맞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성수기인 다음 달 중순까지 주말·휴일 예약이 모두 끝났다.
평일도 여유가 있다는 곳의 예약률이 80%대에 이른다.
그나마 8월은 예약이 어렵고, 일주일 남은 이달 평일 서너 채 정도가 비어 있다.
휴양림의 인기 비결은 외진 숲속에 자리 잡아 밀접 접촉을 피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평 좌구산자연휴양림
증평 좌구산자연휴양림
[증평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 대부분이 이름난 피서지 성수기 방값의 절반을 밑돈다.
진천 무제산 생거진천휴양림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성수기 인기가 시들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여행객이 몰리면서 예약경쟁이 평년보다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를 타고 입장해 오롯이 가족끼리 함께 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독채 9개 동은 가장 부지런히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한 사람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지역 휴양림은 여름 성수기 코로나19 방역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10인 이상 시설은 개방을 미루고, 연립시설은 격실로 운영한다.
또 방명록 작성,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퇴실 시 실내 소독도 꼼꼼히 시행할 방침이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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